논리 없는 증명일지라도

두 주사위의 눈이 같을 때까지

26일은 평안했어요.

버섯닭곰탕을 26일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가니쉬를 준비하면서 버섯이 왜이렇게 많나 했더니 남는 버섯으로 버섯닭곰탕을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점심을 못 먹을 것 같아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어요. 13시에 교수님과 미팅이 있어서 10시에 버스를 타기로 했었거든요.

버스 터미널에는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기사님이 공항에 가는 줄 알았대요.

포항에 도착하자마자 교수님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면담은 잘 끝났어요. 앞으로 석사 과정에 무엇을 할 지 결정했답니다. 마침내 피할 수 없는 대학원생이 되었습니다.

2023. 12. 26.,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체육관.

면담 끝나고 동아리방에서 회사 일을 하다가 저녁에 와장이랑 라켓볼을 쳤습니다. 한 달만에 치는거라 실수가 많았지만 너무 재밌었어요. 같이 라켓볼을 칠 수 있는 친구들이 아주 조금만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너무 많아지면 자리 경쟁하기 피곤해.

2023. 12. 26.,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 4.

아 같이 코노도 갔어요. 지금 다시 보니까 진짜 노래 조합들이 말이 안된다. 응. 전세계문화대통합을 포항 한 구석에서 이뤄냈는데 노벨평화상이라도 주시지 않겠어요?

우연히 먹었던 하얀색 크림 파스타가 떠올라

27일은 바빴습니다. 퇴사 하기 전이었거든요. 일이 한참 남았었거든요. 보통 퇴사 직전이면 인수인계 정도의 일만 남아야 할 터이지만, 베타놈이 업무 미리미리 안하고 팽팽 놀다가 쌓은 업보입니다.

예에에에전에 체스가 카레를 통에 담아줬었는데, 이 통을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이 이사를 하면서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카톡을 보내뒀었는데 이번주에 밥이나 같이 먹자고 답장이 왔어요. 그런데 제가 목요일부터 서울이라 포항에 없단 말이죠? 그래서 저녁으로 연어를 먹게 되었습니다.

2023. 12. 27., 경북 포항시 남구 효성로15번길 27.

연어선생을 갔습니다. 한달에 한 번은 꼭 가는 것 같아요. 아슬아슬하게 자리가 있었습니다. 올 때 마다 같은 조합을 시켜요. 초밥, 사시미 그리고 연어 타다끼 샐러드 우동. 초밥과 사시미가 맛있는 건 당연한 일이기에 따로 강조하지 않겠지만 연어선생은 샐러드 우동이 진짜 맛있습니다. 그릇 하나에 우동과 샐러드가 같이 나오는데, 흑임자 크림소스을 이용한 우동과 구운 연어의 조합이 정말 좋습니다. 짱.

내겐 그대의 작은 부탁조차도

2023. 12. 27.,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올해 생일선물로는 닥터마틴 8홀을 받았습니다. 썸머쩡원와장지렁이 돈을 보태서 사줬어요. 어릴 때부터 꼭 한번 신어보고 싶었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다가 썸머의 짱 멋진 롱부츠를 보고 생각났어요. 친구들이 뭐 사줄까 물어볼 때 헤드셋이랑 닥터마틴 중에 한참 고민하다 골랐습니다.

생일 날 주문하고 휴일이 끼어있어서 서울에 있을 때 택배가 오겠거니 했는데 27일에 왔어요. 우리나라 물류 진짜 뭐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상자 뜯었을 때 바로 바로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너무 영롱해서 찍지도 못하고 좋아했습니다. 썸쩡와지에게 다시 한번 큰 감사를 표합니다.

혹자는 신발 선물해주면 도망간다고 하던데, 그럴 때 닥터마틴을 선물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망가다가도 근처 약국에 들러서 밴드를 사서 붙여야하거든요.

선물 이야기 나온 김에 몇 가지 선물 자랑.

헤일리는 손편지를 써줬어요. 원래는 23일에 베라보바에서 로이즈 초콜릿과 함께 빈 편지지를 받았었어요. 친한 친구니까 뭐 술 취해서 힘들면 편지 못 쓸 수 있지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다음날 편지지를 열어보니까 편지가 써져 있더라고요? 손편지를 안그래도 좋아하는데 깜짝 이벤트에 배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극한까지 잘 부탁한다니 참으로 공대스럽습니다.

알고보니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 제가 편지 써달라고 졸랐대요. 왜 기억이 안났지 엣큥

2024. 01. 08.,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RIST 4동.

지영이는 앞으로 연구실 출퇴근하면 텀블러 많이 쓰게 될거라며 텀블러를 선물해줬어요. 너무 세심하지 않나요???? 선물받은 텀블러는 연구실 책상에서 다른 컵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답니다. 너무 잘 쓰고 있어요.

이것들 말고도 이것저것 기프티콘 받은 것들이 있는데 하나씩 다 넣으면 길어질 것 같아서… 모두 고마웠어요 헤헤

어제는 바람이 너무 좋아서 그냥 걸었어

26일과 27일은 계획보다 재밌었습니다. 계획이 없었거든요. 계획에 없었던 일들이, 노력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음을 증명해보이는 모습은 꽤나 멋있습니다.

그것이 논리 없는 증명일지라도, 무계획은 원래 그런거니까요.


권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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